서른의 소회

29살.
20대가 끝나던 마지막 날까지도 나는 무서운 게 없었다.
아홉수니 뭐니 , 친구들이 늘어놓는 걱정들이 유난처럼 들렸다.
서른 살의 나는 여전히 20대처럼 열정이 넘쳤다.
회사를 제쳐두고 새로운 도전을 해보기도 하고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기도 하며, 별다를 것 없던 서른의 날들엔 안도감이 더해졌다.
꽤나 만족스러운 일상들이었는데, 요즘 부쩍 많아진 갑작스럽고 큰 변화들에 생각들이 요동을 친다.
너무 지난하여 덮어놓은 기억이지만, 코로나로 출근일보다 쉬는 날이 많던, 최근 몇 년간 정말 열심히 공부를 했었다.
하늘이 준 기회라며 앞뒤 가리지 않고 매진했었는데,
그 순간들이 너무 치열했어서, 모든 감정들을 꾸역꾸역 덮어놓았던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흔들리고 싶지 않았던 탓에 희로애락의 모든 감정들을 저 깊은 심연에 던져두고 살아온 게 아닐까.
이별과 상실, 무엇에도 의연하여 괜찮은 줄 알았더니, 그 당시 유예시켜 놓은 감정들이 이제 몰려들어 버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최근엔, 좋아하던 이의 결혼 소식을 듣게 되었다.
마음이 저릿함은 물론, 처음 느껴보는 감정의 편린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모르겠다.
저릿함의 끝엔 '가정을 이룬다는 것'과 같은 현실적인 문제들이 체감되기도 한다.
나와는 상관없던 것 같던 일들이라 생각하여 염두에 둔 적도 없는데, 모든 현실적인 문제들이 나를 외면하지 말라며, 역린이 되어 계속 문을 두드리는 느낌이다.
나이가 많은 사람들 특유의 무딤이 싫었는데, 무디고 덤덤해야 하는 것도 어른의 일인가 싶어 씁쓸하다
나이 드는 게 참, 힘든 일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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